대학교 2학년 때쯤. 처음 로모카메라를 만졌었는데 지금처럼 그렇게 예쁜 카메라가 아니었다. 마치 보온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무식하게 생겼고 필름도 엄청나게 비쌌다. 서랍 속의 낡은 사진을 보면 그때는 늘 예쁜 것들만 보았던 것 같다. 장롱 안에서 죽어 살고 있는 카메라를 꺼내 보았는데 문득 내가 참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졸라 속상하다;;;
요즘 복고적인 디자인에 눈이 간다. 조금은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클래식한 라인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 단순함이 언제나 최고는 아니겠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울 때가 있다.
비오는 날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 김연우 이별택시.
영화 피에타를 보고 왔다. 김기덕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제맛이고. 그래서 사람이 없을 만한 시간을 골라 가장 늦게 상영하는 극장을 찾았는데 12명이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중간에 시계를 한 번 정도 봤으니 제법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가진 영화였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상징이나 은유적인 표현을 차갑게 다루기에 다소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엄청난 간섭을 강요하거나 불편한 진실 혹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열렬한 탐험을 안내하지는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되는 그리고 천천히 고민해 볼 만한 문제를 남기고 사라지는 그런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프로이트와 히치콕 그리고 상실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조민수의 연기는 참 멋있었다.
PLAY Running Time 5:40
남자 셋이 모여 원당에서 소주를 마셨다. 한 놈은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고 둘이서 소주 세 병을 나눠 먹었다. 확실히 술은 마실수록 느는 것 같다. 한 병 넘게 술이 들어가니 벌써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2차는 노래방에 갔는데 딱 한 시간만 깔끔하게 놀다 나왔다. 어정쩡하게 마신 소주 때문에 잠이 안 온다. 그런데 이 시간에 오는 문자랑 카톡에는 대답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그냥 자는 척하고 있다.
에피톤프로젝트. 봄날 벚꽃 그리고 너.
나는 아이팟과 덕을 몇 개나 말아먹고 당연히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앱등이로 취급받는다면 조금 당황스럽다. 앱등이라던가 애플빠라는 말이 기분 나빠서가 아니라. 나는 오히려 애플의 밑도 끝도 없는 폐쇄성과 고질병 같은 독단주의를 무척 경멸하고 있으니까. 내가 애플을 욕하면서도 주머니 속에 아이폰을 넣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더욱 곤란하다. 그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나는 요즘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스티브 잡스를 흉내 내고 싶어진다. 스티브 잡스도 결국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였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뺏고 싶을 만큼.
PLAY Running Time 4:10
1997년. 그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공부는 더럽게 못 했고 그래서 시험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험기간에는 수업을 일찍 마치니까. 남부럽지 않게 땡땡이도 많이 쳤는데 막상 학교를 벗어나면 딱히 할만한 일은 별로 없었다. 연애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남녀공학도 아니었을뿐더러 우리 학교는 양호선생님까지 남자였다. 아주 구질구질하다 못해 가슴 찢어지게 참담했다. 가장 스펙터클했던 에피소드는 중간고사 기간 내내 100만 원짜리 내기 당구를 쳤던 것이다.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그중에는 졸업앨범값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이 없다...;;;
아는 동생은 영화 북촌 방향을 보고선 한 번은 보겠지만 두 번 다시는 보지 않을 영화. 라고 말했다. 제법 소녀 감성 풍부한 그 아이의 한 마디는 결국 존나 재미없다는 얘기였다. 나는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 김기덕도 좋고 이창동도 좋아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럼 박찬욱이나 봉준호는 싫어하겠네. 라고 생각한다. 웃기지 좀 말자. 나는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을 거의 백번 정도는 봤으니까. 세상을 두부 자르듯 반으로 가르려는 습성은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든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영화는 감독예술이라는 것. 아 빨리 영화 보러 가고 싶다.
무서운 놈이 온다. 베란다 유리창엔 테이프를 발라 두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면 그 틈으로 비바람이 뚫고 들어와 성가시게 만든다. 그래서 창문을 꼭 닫으면 너무 답답해진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기분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페이지들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도메인이 다섯 개. 서비스받고 있는 호스팅이 세 개라는 걸 알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가입해 놓은 계정까지 따져보면 어디에 숨었는지 못 찾겠다 꾀꼬리라도 불러야 할 형편이다. 차라리 한 곳에다 싸 놓은 똥이라면 치우기라도 편할 텐데. 치워야 할 똥은 제쳐 두고 도대체 어디에 싸질러 놨는지조차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건 무슨 신대륙 발견도 아니고.
큰일이다. 문득 엄지원이라는 배우가 좋아졌다. 흔히 말하는 386 캐릭터도 발랑 까진 날라리나 재수 없는 엄친딸 혹은 거짓말은 모르는 착한 여자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뭔가 아는 여자라는 듯한 그 눈빛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런 걸 우리는 섹시하다고 말한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