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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fact and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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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Running Time 2:57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블로그를 만지작거리다 HTML5로 갈아입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대로 된 요소와 속성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IE에서 보여 지는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선언문에 코드 몇 줄 바꾼 것뿐이지만 체감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다보니 유효성검사도 통과는 시켰는데 아이프레임에 걸리는 문제는 여전히 에러로 남아있다. 널리디자인을 찾아봐도 이 부분은 전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예전부터 짐작 하고 있던 대로 익스플로러는 정말 촌스러운 브라우저라는 걸 새록새록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무척이나 늦은 감이 있지만 MS에서 브라우저 강제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은 하트홀님 소스를 훔쳐다 쓰는 형편이라 낯이 안 서는데.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편집해야 할 사진이 200컷 넘게 쌓였는데 자꾸 딴 생각이 들어 한숨만 나온다.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며 영어시간에 산수책 펴놓고 쉬는 시간엔 담배 피러 가는 것처럼. 평소엔 읽지도 않던 소설책이 시험기간 만큼은 그리운 님처럼 눈에 밟혀 몸이 근질거린다. 확실히 취미로 하는 일과 돈을 위해 하는 일은 마인드부터가 달라진다. 혹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은 사람은 행복할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쩌면 미련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 좋아했던 일마저 싫어질 테니까. 부자아빠 만나서 망할 걱정 없이 영화 찍고 다니는 서초동의 김형은 말했다. 편집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버리는 작업이라고.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래 맞다. 버리지 않는 것도 일종의 공해다.

청주에 내렸을 때 바람이 몹시도 많이 불었다. 모래가 날라들어 제대로 눈을 뜨고 걷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소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주책없이 노래를 불렀다. 교원대 앞에서 그와 헤어졌고 나는 플라타너스 나무 길을 걷고 싶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내려 갈 때 들었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강적이 나타났다. 쌈 잘하는 놈이랑은 친구 먹는 게 심신의 안녕을 위한 최고의 선택.

via STYLE POWER

문득 그리움에 대처 하는 법. 오래 전 그 새벽처럼.

PLAY Running Time 4:19

잘 어울릴거라 생각지 못했던 두 목소리가 다정스럽게 들린다. 이제는 흔적 조차 지워버린 아현동의 오래된 집들. 술에 취한 가로등과 겨울의 연기가 피어오르던 종로의 골목길. 고양이를 무서워 하던 아이와 그 무엇도 영원할 순 없다는 사실. 아직 전해주지 못한 빨간 머플러. 노래를 듣는 동안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정은서점. 도토리책방. 공씨책방. 숨어있는책. 북오프. 신고서점. 유빈이네 그들은 안녕한지도 궁금하다. 벌써 다 먹어버린 빈 과자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의 마음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은 때로 슬프지만 고맙고 그래서 소중하다. 기록이란 그렇게 사라지는 것에 대한 헌정이며 추억의 궤도를 그리는 별의 여정 같은 것. 내가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어린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지만. 그 남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시야에서 사라졌고 용문신을 한 여자의 정성스러운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단연 돋보였다. 158분 짜리 영화를 보면서. 잠들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감격스럽다. 그리고 나는 곧 새벽 시장엘 들러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삶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똥을 싸고 있다 정말. 며칠 째 골방에 갇혀 말도 안 되는 일에 죽자 살자 매달렸다. 애초부터 진정한 물음이 없었기에 근사한 답을 찾을 수도 없었지만. 딱딱한 머리를 쉴 새 없이 굴려 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김상철교수처럼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싶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때로는 기꺼이 포기하고 미련 없이 돌아 설 수 있는 그것 또한 용기일 텐데. 세상은 언제나 포기하지 말라고 무섭게 쏘아댄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에 몰두하는 건 엄청난 낭비이자 피곤함을 동반한다. 그게 혼자만의 불편함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보통의 경우 그 결과는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내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붙잡으면 남들이 괴로워지는 것처럼.

아. 풋풋하다. 그냥 즐겁다.

PLAY Running Time 4:25

가까이 다가가면 지평선은 더 이상 지평선이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열정은 다른 것들에 대한 미적지근함을 함축한다. 나는 늙어가고 있으며. 이 새로운 나이를 음미하고. 인정하고. 면밀히 검토하여 실행에 옮길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러자 나의 젊은 시절은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진다.

준비 없이 소나기를 만난 것처럼 잿빛 하늘 아래서 길을 잃었다. 그럴 때면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술래잡기 놀이하듯 숨이 차게 달려가거나 허름한 처마 밑으로라도 재빨리 몸을 피해야 했다. 더보기.그러나 나는 옷이 다 젖고서야 하늘을 노려보며 원망스런 울음을 토하고 싶어졌다. 돌아보면 언제나 제자리를 서성대며 그 익숙한 풍경에서 멀어질까봐 소리 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애원을 해 보아도 내가 누울 작은 땅은 어디에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었건만 시간은 언제나 내 기대보다도 훨씬 바쁘게 움직인다. 달라지길 바라지만 결국 우리는 또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다. 달력의 숫자가 아무리 시작을 강요해도 분명 아픈 날이 있을 테고 짜증나고 우울한 일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 같은 건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전유물이며 이효리가 내게 프로포즈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지난 날 그랬듯이 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굳세게 개길 것이고 우산 없이 나간 날 하필이면 비는 또 쏟아질거란 거지같은 얘기다. 그래 내게만 비가 오는 날. 그렇지만 내리는 비를 맞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말하고 싶다. 그 비가 목마른 가슴을 촉촉히 안아주고 부끄러운 내 눈물을 모른 척 가려줄테니. 그래서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언제나 좋은 것들을 가질 순 없겠지만 내게 허락된 모든 것들로부터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씩씩하게 걸어가 언젠가 우리 만나면 편안한 웃음 보이기를. 나와 당신의 출발 앞에. 나는 소망한다. 다 잘 될 거야. 우리가 꿈꾸고 있다면.

존재들이 죽고. 사물들이 파괴되고. 그리하여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도. 더 가냘프지만 더 생생하고 더 비물질적이고 더 오래 가고 더 충실한. 냄새와 맛만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 모든 나머지의 잔해 위에서. 기억하고 기다리고 희구하는 영혼들처럼 지각조차 할 수 없을 작은 물방울 같은 존재 위에. 추억의 거대한 구축물을 꿋꿋이 짊어지고 가는 영혼들처럼.

동대문의 어느 골목길을 이유없이 걷고 있던 밤. 그날은 바람이 참 많이도 불었다. 씩씩거리는 바람이 달려오면. 나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눈을 눌러 감아야 했다. 제 흩날리는 머리카락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문득. 아 시발 입술을 비죽거린 건 네가 미웠던 게 아니라.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자꾸 바람이 엉겨 붙어 성가셨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 뿐. 생각해보면 나는 취하지도 않았었다. 東京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람아 너를 원망하진 않는다. 손등을 스쳤던 그 바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

나는 그때 미안하다 말하지 않았다. 미안다고 말하면 좋은 사람이 될 것만 같아. 정말 그럴 것 같아서. 그런데 당신은 괜찮다고 고개를 떨어낼 거 같아서.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오랫동안 슬퍼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면 목이 자꾸 따갑다. 문은 언제나 등 뒤에서 닫히지만 도망치면서 보았던 눈빛은 떨고 있었다. 선명하게 떠오르고 떠오른다. 여기 있던 그림자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새벽에 쓴 글을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 지워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냥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