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말 그대로 멘붕을 경험했다. 영등포에서 소주를 퍼마시고 미친놈처럼 공원을 기웃거리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현금 십만 원. 신용카드. 은행카드 두 장.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이런저런 멤버쉽카드. 내가 다섯 살 때쯤 찍었던 사진과 무심코 받아둔 명함들. 몽땅 날려 먹었다. 제법 꼼꼼한 성격이라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지갑이나 핸드폰 따위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 300만 원을 주고 산 노트북을 잃어버렸는데 그건 도둑님이 정성을 다해 훔쳐가신 거였고. 이번처럼 온전히 내 실수로 내 물건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친 정신 나간 짓거리는 정말 처음이었다. 술이라도 진탕 먹었으면 억울하지도 않겠는데 고작 소주 두 병에 무너지다니.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이젠 동사무소부터 은행 경찰서까지 순회공연 다닐 일만 남았다. 아. 더워 죽겠는데;;